그럴 수도 있지

주저리 주저리 시

무풍지대

OnlyMyStuff 2021. 9. 20. 16:57

큰일 났다
나는 바람, 소리 한점 없는
무풍지대에 들어왔다

나를 이끌어줄 바람이 없어
나를 실어줄 파도가 없어
둥실둥실 표류한다

내게 주어진 문제는 두 개다

하나는
여길 벗어나려면
힘껏 노를 저어 벗어나야 한다는 것

둘째는
어디로 향해야
내가 도달할지 모른다는 것

하지만 나는
노를 저을 의지도 없고
어디로 향할지도 모른다

이렇게 둥실 대다 가라앉겠지
코가 맵고 숨이 젖어들겠지

이 와중에 내가 재밌는 점은
여기가 태평양 한가운데인지
그저 방화수류정 가운데인지

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다는 점이다

그저 아프지 않게만 가라앉아주세요
가라앉는 게 꼭 나여야 한다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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